12 December 2025
[KR] 월급에서 벗어나 느낀 것들 | Surviving the Cold winter as a freelancer
Yeonju
지난 번 글이 벌써 2주 전이라니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을 하며 시작한다.. 그 사이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하나씩 짚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



인생기록 시작 ^^
3년 동안 대부분의 날들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에 다녔던 나는 프리랜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는 점 😅
- 고객을 내가 직접 찾아서
-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 일을 구체화해서 견적을 내고
- 견적을 설득해서 계약서를 쓰고
- 계약금을 받고
- 작업이 시작되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서
- 사이사이에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도 해드리고
- 피드백을 받아 수정도 하고,
- 운영 가이드도 작성해서 전달드리면
- 돈 받고 완료!
- A/S 기간까지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내가 나를 책임 지고 보호해야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자영업자들이 이런 불안한 환경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충격의 나날들을 보내니, 다른 고객을 대하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존경심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데, 완료하기 전에 직접 만져보고 느낌을 보고 수정할 부분을 알려달라고 하시는 미용사분의 말씀에 고객이 원하는 대로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일 자체는 정말 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구나를 깨닫고.. 그리고 그것을 잘 준비하고, 완료하기까지 어쨌든 간에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구나를 깨닫는다.
내 노동의 가치를 내가 설득하기
월급을 받을 때는 몰랐다. 매 순간 내 노동의 가치를 말로 설명해야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견적을 내거나, 시급을 매길 때는 사실 일을 하기 전의 시점이다. 정확하게는 일을 구체화 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나의 시간을 뺏게 될 것인지를 아예 모른 채 할 일들을 구체화 해야하는데, 거기에 더해 금액까지 설득해야한다. 이 커뮤니케이션이 결국 프리랜서 일의 80%는 넘게 차지한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실제로 하는 작업들 보다 이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시간도 더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더 중요하다. 초반 의사소통이 나중에 어떤 결론으로 갈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월급이 얼마나 안락하고 소중했는지 깨달을 수 밖에 ..
실패한 설득과 성공한 설득
최근 2주일 동안에도 (짧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짧은 사이에도 갖가지 일이 생겼었네) 새로운 견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던 기회가 두번 있었다. 한 번은 실패로 끝났고, 한 번은 성공으로 끝났는데, 이 두 가지를 공유해보려 한다.
1. 디자인-개발 경계에서 일하기
디자인과 개발 경계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디자이너가 있을 때의 보통 작업 방식인 figma 디자인 → 디자인 수정 → 개발 → 개발 수정 단계를 줄여, 디자인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개발에서 디자인을 적용해서 드는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지.
디자인 수정 단계를 줄이고 개발 수정으로 바로 가고자 했던 내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채 계약서를 쓴 나머지, 서로 산출물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계약이 이어지지 못했다.
디자인 + 개발을 함께 진행했을 때의 이점은, 직접 웹사이트 결과물을 직접 보며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자인을 수정을 해서 완벽하다고 생각 되더라도, 디자이너의 의도가 모두 개발에 적용되기 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막상 디자인이 맘에 들었더라도 개발 결과물은 viewport 사이즈에 따라서도 달라져 마음에 안들 수 있다.
디자인 + 개발을 함께 하면,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는 데다가 피드백이 용이한 일석 이조 인 것인데, 언어로 잘 설득해내지 못한 슬픈 결말.
디자인 산출물과 개발 사이의 간극을 설명해야한다. 이건 숙제로 남겨놓는다.
2. 컨설팅 + 개발로 돈을 벌기
그러던 와중 또다른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건당 계약으로 힘들게 외주를 하던 분들이 장기적 파트너십을 바라고 올린 요청 건을 보았고,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견적을 보내서 만나뵐 수 있었다.
그들이 어려워하던 것은 예상한 대로였다. 그들은 웹사이트 디자인/운영을 위해 직원을 뽑을 수 없는 작은 조직이었고, 웹사이트 개발을 외주로 돌렸을 때, 디자인이 UI/UX 전문 디자이너가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원하는 대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난 정말 이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화 해서 견적을 전달드렸다. (절대 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래와 같았다. 사실 개발자라기 보단, 컨설팅 + 개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 문제 검토 및 파악
- 고객 의도 파악 (전문 지식없이 정리가 어려운 부분,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필수인)
- 방향 설정/ 작업 리스트 우선순위 설정 도움
-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옵션 여러가지 제안
- 결정 후 개발 & QA까지
결국 계약했고, 일을 하고 있으니 설득에 성공한걸로 치자. 이건 성공이다!
AI 시대 노동의 가치는 더 싸질까?
AI가 발전하면서 디자이너가 개발까지 하고, 개발자가 디자인까지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여러 분야를 혼자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공급이 늘어나면 더 싸지겠지. 결국엔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 말로 표현할 줄 아는게 제일 중요할 거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가치를 말로 표현하고, 설득하고,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겠지...? TASK는 AI가 더 잘할 수 있게 될거니까.
무형의 가치를 말로 설명하는 연습
처음 프리랜서를 하고 외주로 일을 받으면서 내 노동의 가치가 너무 싸게 매겨졌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다.
이건 결국 내가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견적에 포함하지 않아서 생겼던 문제였다. 사실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일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걸 해보고 나서야 깨달은 거지..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일이 빨리 끝날 수도 있고, 의도를 영원히 파악하지 못해서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일을 하면서 판단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책임이나 리스크 관리를 하는 모든 것을 잘 명문화해서 설득하는 내가 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이런 것들을 설득하지 못할 때 나는 결국 착취라는 단어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 나부터 내 노동의 가치를 잘 설득할 수 있어야 사회 전반의 착취를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이 무형의 커뮤니케이션 노력, 시간 들을 말로 표현하는 시도 자체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인생 기록을 계속하자
분명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었는데, 모아보니 2주동안 느낀게 참 많았구나 싶다.
뭘 좋아하는지, 재미있는지, 잘하는 지, 어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지, 부족한지, 어떤 게 힘든지, 불안한지, 등을 회사에 있었던 3년보다 지난 3개월에 생각했던 것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돈은 많이 못벌어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정의할 수 있을 때까지 이 기록은 계속해야한다. 아자아자 화이팅
